나도 모르게 속옷에 찔끔…노년의 ‘변고’(대변 고통) 숨기지 마세요
부산항운병원


- 65세 이상 여성 4명 중 1명 경험
- 출산때 괄약근 손상 등으로 발생
- 항문·직장 관련 검사 통해 진단

- 식생활 개선·약물투여 등 치료법
- 섬유질 풍부한 음식 섭취하고
- 규칙적인 배변습관·운동이 도움

자신도 모르게 속옷에 변을 흘리거나 변의를 느끼고 화장실까지 가는 도중 참지 못하고 변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을 변실금이라 한다. 변실금은 세부적으로 방귀를 못 참는 ‘가스실금’, 변이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흘러내리는 ‘변 누출’, 변기에 앉기도 전에 참지 못하고 변이 흘러내리는 ‘진성 변실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소변을 의지대로 참지 못하는 요실금과 함께 변실금은 나이가 들면서 많이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부산항운병원·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원장은 “환자가 증상에 당혹스러워 하며 수치스러워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못해 스스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며 “변실금 환자는 전 인구의 8~18%로 보고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시기를 놓치면 적절한 치료를 하기 힘드므로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대장항문의사와 상담하면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항운병원 황성환 원장(사진 왼쪽)이 변실금 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부산항운병원 제공

■변실금 증가 추세… 나이와 관련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항문·직장 주위 및 골반 바닥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변실금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변실금은 65세 이상 여성 4명 중 1명이 경험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최근 이 질환 전문을 표방하는 대장항문과가 늘어나면서 병원을 방문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환자도 크게 느는 추세다.

대표적인 발생 원인으로는 ‘분만으로 인한 손상’을 꼽을 수 있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음부신경과 괄약근이 손상되면서 변실금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괄약근 손상은 초산에서 35%, 다산은 44%, 난산에 의해 유도분만을 할 경우 80%까지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항문 수술 이후 괄약근이 손상되면서 변실금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외 직장 탈출증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척추 수술 후 신경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골반이 처지고 골반을 잡아주는 인대와 근막이 약해지면서 ‘노인성 변실금’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항문 내압 검사, 배변영화 조영술, 음부신경 말단 잠복검사, 항문 직장 초음파, 골반 MRI, 항문직장경이나 내시경검사 등 항문·직장 관련 검사를 통해 괄약근 힘의 변화나 신경손상 여부를 먼저 진단한다. 변을 참을 수 있는지도 본다. 변의를 느낀 후 일정 시간 동안 변을 흘리지 않고 참을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 직장 기능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이 직장으로 내려오면 풍선이 부풀어지듯 직장도 부풀어져 어느 정도까지(약 400cc) 참을 수 있는데, 이러한 직장의 팽창기능이 떨어지면 아주 소량의 변이 내려와도 지리게된다. 궤양성 직장염이나 방사선 직장염, 직장암, 치질, 직장탈출증 등의 경우에도 변실금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병력을 반드시 본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변실금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식생활을 바꿔 변을 굳게 하는 방식으로 배변 패턴이 변화하도록 유도한다.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칼슘 카보네이트, 로페인 등을 투여한다. 약물 치료는 괄약근 운동과 같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괄약근 재건 성형, 괄약근 보강 보형물 삽입, 항문관 보강물질 주입, 항문직장각을 교정하는 수술, 신경 조절인 천수신경 자극술 등이 있다. 한 70대 여환자의 사례를 보자. 할머니는 회음부의 괄약근 손상으로 40년간 기저귀를 찬 채 생활하다 병원을 방문했다. 곧바로 괄약근 성형 및 회음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열흘간 입원치료 후 퇴원했다. 2개월 정도의 통원치료를 더 받고 난 후 환자의 증상은 완벽하게 좋아졌다.

■생활 예방법은

배변 습관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변이 딱딱하거나 설사를 하게 되면 항문·직장 기능이 떨어지므로 섬유질을 풍부하게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또한 변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변을 오래 참지 않고 규칙적으로 보도록 배변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케겔 등 복압을 증가시키는 운동을 하면 변실금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도움말 = 황성환 부산항운병원·부산제2항운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