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장항문외과 명의 총출동…수술 생중계로 노하우 공유
부산항운병원

- 국내외 전문의 150여명 참가
- ‘치질·골반저질환’ 주제로 진행
- 부산항운병원 황성환 원장 등
- 치질·요실금 최신수술법 시연
- 치료법 표준화 첫걸음 성과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이탈리아 호주 싱가포르 쿠웨이트 등 전 세계 대장항문외과 의사 150여 명이 치질, 변실금(배변 장애) 같은 대장항문 질환의 최신지견을 듣기 위해 부산에 왔다. 동남권대장항문포럼, ㈔의료산업경영포럼, 부산시의사회가 주최하고 부산시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후원한 국제학술대회 ‘동남권대장항문포럼(SERAF) 2018’이 바로 그 자리.

부산항운병원 황성환(왼쪽에서 두 번째) 원장이 지난 23일 부산제2항운병원에서 열린 ‘동남권대장항문포럼(SERAF) 2018’에서 변실금 수술을 시연하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지난 23, 24일 이틀간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제2항운병원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의 주제는 ‘치질과 골반저 질환(변비, 변실금)의 근본부터 최신지견까지’. 23일 오후 2~5시부터 9층 수술실에서 부산항운병원·부산제2항운병원 황성환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 6명이 돌아가며 치질(선택적 치핵절제술(PSH))과 변실금(자가지방이식을 통한 항문보강술, 천수신경자극술) 수술 시연을 했다. 천수신경자극술은 변실금 요실금 환자에게 미세한 전기자극을 가해 배변 장애를 개선하는 최신 치료법이다. 같은 시간 13층 대회의실에서는 수술을 배우러 온 의사들이 수술 장면을 대형 모니터로 지켜보면서 황 원장의 설명을 듣고 궁금한 내용에 관해 질문을 주고받았다. 24일에는 낮 12시30분~오후 6시50분 국내외 강연자 12명이 강연과 토론을 했다.

■ 세계 대장항문외과 전문가 총집결

이 병원 13층 대회의실에서 의사들이 수술 장면을 대형 모니터로 지켜보는 장면.

이번 학회에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이 총집결해 치질과 변비와 변실금 같은 골반저 질환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일본 중국 이탈리아 호주 싱가포르 쿠웨이트 등 외국 강연자 8명, 국내 강연자 4명 등 총 12명이 강연했다.

일본의 3대 대장항문 병원으로 꼽히는 도쿄 야마테병원 테츠오 야마나 원장과 구마모토 다카노병원 쇼타 다카노 원장이 참석해 최신 변비의 수술적 치료와 폐쇄성 배변 증후군 치료법에 대해 각각 강연했다. 선택적 치핵절제술(PSH)을 고안한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 6부속병원 동린렌 교수가 직장 탈출증 치료의 다양한 수술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탈리아 피사대학병원 대장항문과 가브리엘 날디니 교수는 복합 골반 장기 탈출의 수술적 치료에 관한 최신지견을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변실금 명의로 손꼽히는 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황성환 원장, 상쾌한병원 최정석 병원장, 장시원병원 조현언 병원장이 변비, 변실금과 치질의 최신 치료법을 강연을 통해 소개했다.

■복합 골반 장기 탈출

이번 학회에서는 항문직장 탈출, 자궁 탈출, 방광 탈출을 동반한 변실금, 요실금 등이 동시에 생기는 복합 골반 장기 탈출에 관한 수술 시연과 치료법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밑이 빠진다’는 표현을 쓰는 질환이다. 피사대학병원 날디니 교수를 초청한 것도 이탈리아의 복합 골반 장기 탈출 수술의 최신지견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황 원장은 복합 골반 장기 탈출증의 원인에 대해 “여성이 출산 후유증으로 잠재적 분만 손상을 지니고 있다가 나이가 들고 골반이 약해지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복합 골반 장기 탈출이 있으면 대개 대장항문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협진을 통해 몇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부산항운병원·부산제2항운병원을 찾으면 다양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원스톱으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유와 치료법 표준화

서구화된 식생활로 치질과 변실금에 걸려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지만 환자들은 질환 특성상 주위에 알리지도 못하고 말 못 할 고민에 빠진다. 이런 질환을 치료하는 대장항문외과 의사 역시 개인 취향에 따라 수술법이 제각각인 데다 치료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행사를 후원한 부산시 염동섭 의료산업과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전 세계의 치질과 골반저 질환에 관한 최신지론과 임상경험을 공유하고 치료법의 표준화를 꾀하며 부산지역 대장항문외과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은 물론 부산의 대장항문 분야 의료기술을 외국에 널리 알리는 기회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6년 2월 처음 시작된 동남권대장항문포럼은 올해 4회째를 맞아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